일상다반사

한여름 모기에 대한 단상

레어버드 2009. 7. 27. 23:47

다들 그러하겠지만  여름엔 초대하지도 않은 것들이 날 참 귀찮게 한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티비를 보거나 할 때 꼭 달라붙어 별 영양가도 없는 내 살을 물어뜯는 이년의 모기들.

한 두번 물어뜯는 것쯤이야 하해와 같은 나의 고매한 인격으로 포용해 주겠지만, 이것들이 떼거지로 몰려들 때는 어느덧 나도 모르게 분노 게이지가 마구 상승하는 때가 있다.

어느날 하던 일을 뒤로 제치고 모기 잡기에 공을 들일 만큼 모기가 많은 날이 있었다.
-사실,난 모기 따위를 크게 타지 않는다.
잠에서 일어나서 전날 못보던 빨갛고 앙증맞은 점이 있어서 보면 그것이 밤새 날 공격했던 모기의 흔적이다.
물리면 반경 5mm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부풀어 올라서 모기 물린 티를 꼭 내는 귀족스런 살갗과 다르게 내 피부는 그까잇 모기독쯤이야 잘도 소화해 주시는 포스코 철제 피부란 말이다.
적어도 조금이라도 가려워하며 긁어주는 경건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목숨 걸고 목숨을 이어간 모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진데,어쨌건 내 피부는 고맙게도 별 부어오름도 없고,가려움도 없다.
하긴...요즘엔 모기들이- 그,시골에서 보던 잠자리만한 모기같진 않지만..

며칠전에 이것들이 날 하두 귀찮게 하길래 짜증이 폭발하여 파리채를 장전하여 모기 잡기에 나섰다.
희한한건,광야와 같은 내 허벅지 살에 살포시 내려 앉았던 모기년들이, 잡으려고 손바닥을 내려치는 그 짧은 순간을 잘도 피한다는 것이다.
어디 피하기 기술 연마하는 학원에라도 다니고들 왔는지..

그 모기년들은 내 방 벽에 있는 작은 스피커를 휴게실삼아 잠시동안 '다닥다닥'붙어 있었다.(참고로,난 뭐든 비슷한 것들이 다닥다닥 몰려있는 것이나 작은 구멍같은 것들이 촘촘히 규칙적으로 뚫려 있는 모습이 징그러워 견딜 수가 없다.예를 들자면 다닥다닥 깨알같이 몰려있는 개미떼같은 것들)
그래도 잡기 좋게 좋은 포지션 유지하고 모여 앉아 있는 요 귀여운 꽃모기들~
겨우 모기떼들한테 파리채씩이나 써 주는 걸 영광인줄 알아 이것들아~
그렇게 광속의 속력으로 분노의 파리채질을 한참 하고 나서 잡은 것들을 세어 보니 무려 일곱 마리나 되었다.그러고도 고공 비행하고 있는 모기들이 간간이 있었다는...

정말이지...여름이 싫은 이유 백만가지 중의 하나가 이 모기떼를 비롯한 벌레들이다.
아,여름이 좋은 이유도 약 백만 세가지 정도는 된다.나 이래봬두 긍정적으로 살기로 했다구~ㅎ
정말 이 모기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그렇게 들어오는지 매일 밤마다 줄지도 않는다.인터넷으로 나도 모르게 대량으로 다운받았..나?
부엌 창문 방충망이 조금 틈이 있는 거랑,방 방충망이 케이블 라인때문에 조금 열려있는 거랑,가끔 문을 열어놓는 거랑밖에 이유  없,...없..엄 는 .....

암튼,이 모기 못지않게, 귀찮은 스팸 메일처럼 희안하고 귀찮은 존재가 또 있다.
괴력의 손오공을 괴롭혔던 초사이언 베지타같은, 파리계의 이단아 초파리들 말이다.
참으로 미스테리한게,과일 껍질같은 것들을 깜빡하고 놓아두면 한나절이 지나지 않아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것들이 주위에 가족단위로  집합해 있다.
가끔씩,과일을 사면 거기에 딸려 나오는 옵션인가 생각이 되기도 할만큼....
생각해보면,분명 초파리들이 들어올만한 틈이 많거나  집 주변의 어떤 곳에 초파리들이 2세들을 부지런히 남겼거나 하는 건데..아...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아,근데 문득 궁금해지는건데-귀여운 애기 녀석들 서넛을 옵션으로 달고 다니면서, 그아아아아아악~하고 허연 살충제를 살포하는하는 방역차의 소독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공기중으로 흩어지는 동시에 그냥 상승 증발해 버리는 듯한데....그 넓은 대기권에 캡을 씌워 놓고 뿌리는 것도 아니면서 말야.
뭐....뭔가 효과가 있으니까 하는 거겠지)

어쨌든, 특히 여름엔 청결이 중요한 것~!!

난 사실,평소에 깔끔떨고 우아하게 사는 사람축엔 절대 끼지 못하는,그냥 대강대강 하고 사는 갑남을녀중 을녀이다.
이상하게도 내 눈엔 치워야 할 것들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가끔씩 엄마가  오셔서 냉장고를 정리해 주실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나한텐 거대하고 깊은 고수 동굴같은 냉장고에서 일년치 살림은 될만한 것들이 쏟아져 나온다.
도대체 그것들이 언제 거기에 기어들어가 있었는지 모를 식재료들,냉동실에 조신하게 자리잡고 있는 각종 정체 불명의 것들.
난 살림에는 참 일가견이 없다.
내가 시집을 가게 되(....ㄹ까?)기라도 하면 참 자신 없을 것이 그....'살림'이라는 것이다...
어질러 놓기 좋아하고,뭐 하나 하려면 오만 가지 것들을 늘어놓고,치우고 정리하는 것 잘 못하고...
십점 만점에 마이너스 이만점...정도.....?
엄마도 혀를 끌끌 차는 내 살림실력이 어느 시어머니 눈에 찰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래두 뭐...치울 땐 치우고 살고,맘 먹으면 요리도 곧잘 반나절 정도는 재미붙여 하니까...
누가 맛있게 먹어주는 척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요리도 할 맛이 나지 않겠어?
집안 살림도 마찬가지고..

어쨌건,특히 여름엔 청결이 중요한 거다.
일단 게으름 백만단 습관부터 고쳐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요즘...생각해 보면 지난 세월동안 내가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내게 주어진 삶을 허비하고 살았는지,심장이 정말 저릿저릿해진다.
난...정말 철듦지수가 남보다 한....참 낮은거 같다.
남들이 그맘때 깨닫고 했을 일들을 한참이 지나서야 깨닫고,뒤늦게 허둥대고...
그래서 밤에 잠이 안 올만큼 걱정스럽기도 하고...앞날을 생각하면 조명등이 화악 꺼지는 것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이제라도 늦지 않게 하나님께 내 삶을 맡긴다면,좋은 길로 인도해 주시겠지...정말..뭔가 '포기'란 걸 하는건,정말 어려운것 같다.
나처럼 자아가 모래사장위 풀뿌리같이 연약한 사람이라도....
하나님께 온전히 '나'를 포기하고 맡기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절실히 깨닫고 있다....
그래도...절 잊지 말아주세요,하나님....

참나...벌레스런 얘기로 시작해서 이렇게 홀리하게 끝맺음하다니...
이런~~쪼금 기특한 것~!!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