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난생 처음으로 배추를 묶어 주는 일을 여기 와서 해보게 되었다. 추위에 견디고 속을 여물도록 하는, 일종의 월동 준비였다. 나는 두 팔 벌려 배추를 안아 정성껏 묶어 주는데 배추는, 있었는지도 몰랐던 수없는 잔가시로 장갑 안 낀 내 맨 손목을 할퀴어 댔다. 그렇네.. 영혼을 사랑하는데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어야 하지. 날 할퀴는 수없는 가시들을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나 또한 얼마나 수없는 가시들을 숨기고 남을, 또 나 자신을 할퀴고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