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정말로 사람을 볼 줄 모르고 사람의 말을 순진하게 그대로 믿어 버린다. 멍청하긴... 사람은 대개 자신의 필요와 유익 때문에 -그런 순간을 벗어나기 위한- 누군가가 필요한 것일텐데 그것을 그 사람의 진심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로 바보 같다는 것을 또 새록새록 깨닫게 된다. 고통의 순간이나 즐거운 순간이나 동일하게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이 되려면 한참 멀었나 보다. 더보기 배추 묶기 얼마 전에, 난생 처음으로 배추를 묶어 주는 일을 여기 와서 해보게 되었다. 추위에 견디고 속을 여물도록 하는, 일종의 월동 준비였다. 나는 두 팔 벌려 배추를 안아 정성껏 묶어 주는데 배추는, 있었는지도 몰랐던 수없는 잔가시로 장갑 안 낀 내 맨 손목을 할퀴어 댔다. 그렇네.. 영혼을 사랑하는데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어야 하지. 날 할퀴는 수없는 가시들을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나 또한 얼마나 수없는 가시들을 숨기고 남을, 또 나 자신을 할퀴고 있었는지. 더보기 이전 1 ··· 3 4 5 6 7 8 9 ··· 4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