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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싸이 옮김글 2




얼마 전에 싸이월드 일부 기능의 서비스를 중단한단 얘기를 들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조상님격인 싸이에 한때는 나도 충성된 고객이었던 만큼
많이도 올렸던 게시물들이(특히 사진첩이) 어느 순간 전체 서비스 종료로 다 날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겼다.
그건, 기억을 대신해 차고차곡 보관해 둔 추억의 장면들을 통채로 날리는 거란 말이지.
물론 백업할 수 있도록 서비스도 하는 모양이던데 그런 건 참 귀찮기도 하고 일일이 그렇게 할 만큼 몸이나 맘이 한가하지도 않아서...근데 오늘 인터넷 열어 우연히 본 헤드 기사에 보니 서비스 종료는 안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거듭난다고 하는 모양이다.
암튼, 생각난 김에 먼지 백만 겹 쌓인 싸이 미니 홈피에 가 보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잠시 추억에 잠겨 보게도 되네..
요며칠 여러 생각 속에 빠져 꿀꿀한 차에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블로그에 싸이 글들 몇 개 옮겨놓기로 했다.


첫 번째. ​

 

예전에 경주에 놀러갔을 때 보문호 주변을 거기서 대여해주는 자전거로 돌았었는데 뒤에서 친구가 찍어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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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빌린 디비디를 갖다 주러 갔었다.
초여름 저녁의 시골길을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인데,도시에서는 좀 위험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능숙하지 못한 운전자인 내가 인도로 갈 때 그 들쭉날쭉하는
보도블럭과 턱을 지날 땐 생각보다 느껴지는 충격이 크다.
또한 앞에서 차라도 오면 순간 공포감이 생긴다.

근데,
자전거를 탈 때마다 종종 겪는 일인데, 일정한 가속이 붙기 전엔
어쩐 일인지 앞에 작은 돌멩이나 이런 걸 피하려고 비틀비틀 하다 보면 꼭 정확히 그 위로 지나가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일부러 하라 해도 힘든 일일텐데..
설마,나만 그런건가?
나한테 이런 초능력까지 있는게야?



< 자전거와 관련된 에피소드 1 >

중학교 때 여름쯤이었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어디 심부름인가를 가는 중이었나 본데
우리 집에서 가는 길이 오르막으로 경사가 계속 이어진 아스팔트였다.
그 오르막 길은 길게 이어진 언덕인 셈이었고
길옆으로는, 밑으로 낮게 작은 개울과 논이 펼쳐져 있었다.
오르막이라 빨리 가속이 안 붙어서 낑낑거리며 페달을 힘껏 밟고 가는데,가다가 하루살이 무리와 맞딱뜨렸다.
이것들은,혼자서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무리를 지어서 큰 구형태로 뭉쳐서 다니고 있었다.
니네가 동네 양아치들이냐 뭐냐
암튼, 아스팔트 갓길로 가던 나는 운 나쁘게 그 하루살이 무리를 얼굴 높이에서 통과하게 되었는데,
원래대로라면 이것들이 지들이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하는 게 맞지 않는가 말이다.
그런데,내 얼굴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뭉친 이 무리들이
내가 가던 길과 진행 방향을 같이 해서 나를 둘러싸고 호위하듯 같이 가는 것이었다.
이상한 놈들..지들이 오로라도 아니고..
생각해 보라. 자전거를 탄 한 여자애를 둘러싸고 같이 가는 하루살이 무리들..
하루살이들까지도 나를 이리 좋아하는 게야? 이눔의 인기는...ㅉㅉㅉ

아무튼, 오르막에 애써 페달을 밟아 가고 있는 자전거에서 내리면 다시 속도를 내기 힘드니 그러긴 싫었고,
자칫 이것들이 내 맑은 눈을 호수로 착각하여 뛰어 들게 되면
안전운행을 하는데 지장이 많이 생기는지라
어떡할까 고심하다가 당시 짧았던 내 머리카락을 이용한 휘둘러치기를 생각해냈다.
양옆으로 머리를 몇 번 힘껏 저어주면,
그 반동으로 인한 머리카락의 공중가르기에 이 무리들이 얻어터지고 나자빠지는 광경을 상상해 낸 것이다.
그 짧은 순간,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맛 좀 봐라~이 십장생들아!!'
충실히 실행에 옮기고 통쾌함에 눈을 뜨는 순간...
이게 어찌된 건지 내 몸이 자전거와 함께 공중에 붕~떠 있었다.
이티도 아닌 것이...
아...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깨닫는 것과 동시에 나는,
나의 애마와 함께 길 옆 작은 개울바닥에 곤두박질 쳐져 있었다...
卍 -요 모양으로...

문제는
그 길 건너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던 데 있었다.
학교가 끝날 무렵이라,많은 학생들이 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많은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그렇게 난도 9.8대의 스턴트를 내가 연출해 낸 것이었다. 제길제길 ㅠ

그들의 시각으로 이 장면을 다시 재연해 보면 이렇다.
학생 1 : 야, 어떤 여자애가 자전거 타고 가다가 갑자기 힘차게 도리도리를 하더니 길옆으로 사라져 버렸어.
학생 2 : 미친앤가 보네.

그러니 어쩌겠는가. 자고로 쪽팔림은 아픔을 다 잊게 만든다.
그 학생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 길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는 슬픈 전설만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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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 봐도 나는 참 어리버리 바보같구만~
나이 먹은 지금도 여전히 이러니....ㅎㅎㅎ